☕ 커피 좋아하세요?

자주 마시긴 하지만 좋아하는 감정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카페인을 충전하는 용도랄까?

☕ 좋아하는 커피 종류가 있으신가요?

라떼를 좋아하긴 하는데, 좋아하는 만큼 너무 빨리 먹어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베이직하게 깔끔하고 오래 즐길 수 있어서 더 자주 찾는 것 같아요.

☕ 기억나는 커피 한 잔이 있나요?

커피신념(페이스커피)의 라떼요. 거기 라떼가 정말 맛있어요. 오늘 맛있는 커피가 먹고싶어 하면 찾아가는 곳이에요.

☕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면?

비건피넛슈페너에요. 기존의 아인슈페너는 동물성 크림이 올라가는데, 이를 대신해 땅콩버터를 활용해서 크림을 만들었어요. 고소하고 맛있답니다 !

☕ 서울과의 인연은?

부산에서 살다가, 결혼을 하고 신혼 생활을 서울에서 시작했어요. 올라온지는 4년이 넘어가네요.

☕ 당신에게 서울은?

세간살이가 힘들어도 놓치기 힘든 로망이에요. 이유없이, 갖고싶은 서울에서의 삶이랄까요? 사실상 서울에 산다고 더 많은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누리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지키고 싶은 서울살이에요.

☕ 서울에서 위로가 되는 공간이 있나요?

예전에는 한강이었어요. 살아보니 한강까지 가는 것도 영역을 벗어나는 것 같더라고요. 요즘에는 진관사랑 북한산이에요. ⛰️ 절에 가서 스님분들이랑 인사를 하고 앉아 쉬면서 나무냄새, 물냄새, 산바람 냄새를 맡는게 큰 위로가 돼요.

☕ 당신에게 커피란?

"나에게 커피란 ‘잠깐의 쉼’이다.” 잠깐의 피곤함을 날리고, 카페인을 충전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 구독자에게 당신을 소개한다면?

DOTD의 베이커이자 푸들 설희의 누나입니다. 🐶

#lifeinseoul.official #coffeeofseoul #은평구 #역촌 #DOTD #베이커 #설희누나

👻 웅이 : 안녕하세요, 님! 안녕, 수다리! 저는 예술영화관을 사랑하는 웅이라고 해요. 매주 만나고 싶었는데,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매주 상영시간표는 체크하지만, 가지는 못 하는 저의 안타까운 덕질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 수다리 : 안녕, 웅이! 오랜만이야. 많이 바빴구나… 저번엔 ‘필름포럼’에서 <다음소희>를 감상한 직관 이야기를 들려줬었지. 이번엔 어떤 곳에서 어떤 영화를 봤을까 기대된다리!

👻 웅이 : 이번에 제가 다녀온 영화관은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서울아트시네마’라는 곳이에요. 광화문과 서대문 사이, 아름다운 정동길 끝자락 경향아트빌 2층에 위치해 있어요. 서울아트시네마는 맹자 가족 못지 않게 여러 번의 이사를 해야 했답니다. 서울아트시네마가 오늘날 경향아트빌 건물에 자리 잡기까지는 무려 3번의 이사가 있었어요.

2002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시작한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낙원상가 내 ‘허리우드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10여 년 간 영화인들의 쉼터가 되었어요. 박찬욱 감독은 이 곳을 “갔다 하면 늘 취해서 나오는 단골 술집”, 김지운 감독은 “영화로 지은 죄를 사하러 가는 수도원”이라 말하기도 했죠. 그렇게 오랜 시간 영화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낙원의 서울아트시네마는 2015년 다시 ‘서울극장’ 안으로 이전하게 됩니다. 기존 서울극장도 예술영화를 자주 상영했고, 또 다른 예술영화관인 ‘인디스페이스’도 함께 이사를 오는 터라 ‘서울극장 - 인디스페이스 - 서울아트시네마’ 간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던 합체였어요. 실제로도 서울을 대표하는 시네마테크*이자 예술영화관이 되어 영화인들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죠. 하지만 2021년 서울극장이 문을 닫게 되면서, 서울아트시네마는 다시 한 번 자리를 옮겨야 했어요. 그렇게 찾은 보금자리가 바로 지금의 경향아트빌 2층입니다.

🦦 수다리 : 정말 여러 번 이사했구나. 그래도 문을 닫거나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다리.

👻 웅이 : 맞아요. 위기는 여러 번 있었지만, 그래도 서울아트시네마는 여전히 좋은 영화들을 담아 사람들 곁에 머무르고 있어요. 서울아트시네마는 예술영화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시네마테크*이기도 해요. 역사 속 영화들을 보존하고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영화 도서관’ 같은 역할도 하죠. 시간은 많은 것을 바꾸기도, 바뀌지 않는 것을 소중하게 만들기도 하는데요.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서울 곳곳을 옮겨다닌 서울아트시네마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게 영화를 지키는 시네마테크라는 점이 재밌지 않나요.

🦦 수다리 : 그러게. 정말 멋진 곳이다. 나도 가보고 싶다리. 다녀 온 소감은 어때?

👻 웅이 : 이전에 ‘필름포럼’을 소개할 때, 저는 보통 예술영화관에 가면 함께 있는 카페에서 영화 보기 전 1시간, 영화 보고 난 후 1시간 커피와 함께 머무른다고 했잖아요. ‘서울아트시네마’는 그런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에요. 서울 정동길 끝에 있거든요. 단언컨대 정동길보다 산책하기 좋은 예쁜 길은 세상에 몇 없다고 생각해요. 요즘 같은 초여름 저녁, 햇살이 슬며시 물러나고 따뜻한 공기가 아직 남은 길 위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얼마나 평화로운지 몰라요. 서울아트시네마를 가는 날에는, 그렇게 정동길에서 산책도 하고 정동길에 위치한 ‘전광수커피하우스’ 같은 카페에 머물러요. 창 밖으로 평화로운 정동길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기울이면 그야말로 힐링이 따로 없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도 좋아요. 길 위에 추억이 소복소복 쌓일 거예요.

🦦 수다리 : 너무 좋다.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할 것 같다리. 나도 다른 수달과 손 잡고 정동길 갈래! 아, 영화는 어땠어?

👻 웅이 : 영화를 보러 갔지만, 영화를 보진 않았어요.

🦦 수다리 : 그게 무슨 말이야? 영화를 보러 가서 영화를 안 보다니?

👻 웅이 : 이번 직관 이야기는 특별히 ‘영화 없는 영화관 투어’랍니다. 이상하죠? 하지만 예술영화관을 다니다 보면 마냥 이상한 일이 아니기도 해요. 예술영화관이나 독립적인 상영관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처럼 많은 영화가 매 시간대마다 있지 않아요. 보통 1~2주 전에 ‘상영시간표’에 상영하는 영화와 시간 일정이 뜨게 되고, 미리 상영시간표를 확인하고 가게 되죠.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일정이 끝난 어느 날은 이번처럼 그냥 들르기도 해요.

 마침 간 그 시간에 영화가 있다면 그 영화는 저와 특별한 인연인 거겠죠? 몰랐던 영화와 인연을 맺는 행운이 절 행복하게 만들어요. 만약 볼 수 있는 영화가 없더라도, 설렘을 안고 영화관을 들르는 여정 자체가 절 행복하게 만들어요. 팝콘 냄새 없는 영화관에 잠시 머무르며, 이번 주에 어떤 영화를 상영하는지 확인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일이 설레고 들뜨거든요. 정동길 산책은 덤이고요. 여러분 오늘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시다면 그 행복을 안고 영화관에 들러 하루의 마무리를 만끽하세요. 행복하지 않으시다고요? 그럼 행복을 만나러 영화관에 가셔야겠네요. 당신이 영화관에 들르는 날이 예술이 당신을 돌보는 날이 될 거라 믿어요.

 *시네마테크 : 일반적인 개봉관과는 다르게, 영화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보존하고 이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그 자료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상영관이다. 쉽게 말해 영화 도서관인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