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에 20분이 걸린다면 당신은 괜찮은가요?

#지하철 #이동권 #10.29참사 #유가족협의회

2022. 12. 8.

수다리와 함께하는 12월 둘째 주의 서울구경

바쁜 서울러를 위한 빠르게 미리보기

이 주의 시사 / [기획] 배리어프리 서울, 장벽을 넘어가다 : 환승에 20분이 걸린다면 당신은 괜찮은가요?

이 주의 용산구 /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 구성

[기획] 배리어프리 서울, 장벽을 넘어가다 ♿

환승에 20분이 걸린다면 당신은 괜찮은가요? 🚋

"너무 바쁜 와중에, 환승에 20분 이상이 소요된다면 당신은 괜찮은가요?"

🦦 : 난 안 괜찮아. 바빠! 왜 환승에 20분이나 걸린대?

🗞️ : 우리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질문이에요. 서울교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불광역의 환승 소요시간은 1분 23초입니다. 하지만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약자는 엘리베이터가 존재하는 출구로 나가서 돌아가야 되는데요. 이 경우 20분 이상이 소요되어, 1분 23초에 비해 10배 이상의 시간을 써야 해요. 누군가는 2분 정도만에 환승하는데, 나는 20분을 돌아가야 한다면 어느 누가 괜찮을까요?

🦦 : 왜 누구는 바로 환승하고, 누구는 돌아가야 하는 거야?

🗞️ : 불광역은 3호선과 6호선이 모두 통과하는 환승역으로, 불광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2022년 9월 기준 하루 평균 36,252명입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환승역임에도, 교통약자에겐 여전히 불편한 환승역으로 남아 있어요. 비교통약자의 경우 지하4층의 6호선 승강장에서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로 1분 23초만 올라가면 지하2층의 3호선 승강장으로 간단하게 이동이 가능해요.

하지만 휠체어 및 유아차를 이용하는 사람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는 불광역 내 환승시스템을 이용하기 어려워 결국 바깥으로 돌아가야 해요. 환승을 이어주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고, 지상으로 나가서 다시 들어와야 하거든요. 혹여 비나 눈이 오는 등 날씨가 맑지 않거나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경우에는 그 어려움은 가늠할 수 없게 커져요.

지하철 이용, 누군가에겐 '당연한 편리함'이지만 누군가에겐 '여전한 불편'

🦦 : 불광역만 그런 거 아냐?

🗞️ : 연신내역 역시 불광역과 마찬가지로 3호선과 6호선이 모두 통과하는 환승역인데요. 연신내역의 경우에는 2022년 9월 기준 불광역을 상회하는 하루 평균 75,290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중요한 거점역이에요. 그럼에도 연신내역의 환승은 불광역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연신내역은 지하2층의 3호선 승강장에서 지하1층의 대합실로 엘리베이터를 통해 이동한 후, 대합실에 위치한 환승구간을 통해 조금 이동하면 지하5층의 6호선 승강장으로 바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를 금방 탈 수가 있었어요. 이때, 환승구간 역시 넓은 통로로 이루어져 있어 교통약자와 비교통약자 모두 이용하기에 편리했답니다.

3호선과 6호선 라인만의 문제도 아니에요. 서울 지하철 내의 엘리베이터 설치율 자체는 94%에 이른다고 나와있지만, 실제로 타보게 되면 동선이 너무 멀거나 환승을 하려면 돌아가야 하거나 그마저도 좁고 위험한 경우가 많아요.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유아차를 사용하는 사람, 노인 등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정말 많은데, 늘 '불편하고 위험하게' 이용해야 하는 거죠. 불편하더라도 지하철 자체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엘리베이터 설치율은 당연히 100%에서 시작하는 게 기본인데, 94%라는 숫자로 이러한 '불편'이 감춰지게 되는 것 같아요.

🦦 : 리프트는 어때?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의 경우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 : 많은 계단에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계단이 좁아 리프트를 사용하면 다른 사람이 계단을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존재하고, 계단 자체가 높은 곳은 리프트 사용이 위험하다는 의견도 존재해요. 불광역의 경우에는 아예 리프트 앞에 "불광역에는 3호선과 6호선을 연결해주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니 연신내역에서 3호선 환승을 권장한다"는 메시지가 붙어 있어 우회적으로 리프트 사용을 제한하듯이 느껴지기도 해요.

엘리베이터가 아예 제한되는 경우, 교통약자(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는 리프트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높은 계단에 설치된 리프트는 이용 자체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6호선 구산역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리프트만으로 이동해야 해요. 구산역 리프트 이용 경험이 잦은 은평구민 A씨에 따르면, "리프트가 자주 고장이 나 이용이 곤란할 때가 있고, 계단이 너무 높아 리프트 이용 자체가 위험하고 무섭게 느껴진다."는 의견을 전했어요.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만으로 위험할 수 있거나 무서움을 느껴야 한다니, 분명히 바뀌어야 할 부분 같아요.

교통약자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여전히 부족하고 좁아 불편

🦦 : 그렇구나. 그 말대로라면 엘리베이터가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왜 더 늘리지 않는 거야?

🗞️ : 현재 서울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 94%에 이르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좁아 이용이 불편하고 어려워요. 휠체어 하나가 들어가면 가득 차는 좁은 엘리베이터도 많고, 넓은 역 내에 단 하나의 엘리베이터만 운영되고 있어 한참을 기다려야 하거나 일부 구간에는 연결이 안 되는 경우도 많아요. 불광역에서 환승 구간 엘리베이터 이용이 불가능해 결국 밖으로 나가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경우처럼요.

엘리베이터를 더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는 '예산'을 많이 언급하곤 합니다. 누군가는 94%면 많이 설치되어 있지 않냐고 묻기도 하죠. 하지만 당신이 서울의 지하철역 중 6%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 혹은 나머지 94%에서도 불편하고 때로는 위험하게 이용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장애인 이동권 단체는 서울시가 100% 지하철 1역사 1동선(출구에서 승강장까지 최소 하나 이상의 연결된 경로) 승강기 예산을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음을 이야기하며 계속 시위 중에 있어요. 누구나 모든 지하철역을 온전히 '이용'할 수 있으려면, 1역사 1동선 승강기 설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 개선되었으면 좋겠네. 또 다른 문제는 없어?

🗞️ : 있어요. 환승 불편이나 방법에 대한 안내 문구 등이 필요해요. 앞서 얘기한 환승 불편을 안내해주는 안내 문구나 홍보 문구 등이 외부 출입구나 엘리베이터 입구 등에는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해당 지하철역을 처음 이용하는 교통약자는 헤맬 수밖에 없고, 설사 환승구간을 한 번에 찾았다 해도 결국 다시 밖으로 나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게 되거나 엘리베이터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죠.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사용하기 편한 환승 시스템으로 개선되는 것이랍니다. 모두를 위한 엘리베이터가 확충되고, 환승 시설과 시스템이 개선된다면, 그야말로 모두를 위한 지하철역이 될 수 있을 거예요. 지하철은 시민들이 가장 자주, 폭넓게 이용하는 대중교통이에요. 지하철 이용은 산소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 당연한 편리함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하지만 이러한 '당연한 편리함'이 누군가에겐 '여전한 불편함'이라면 어떨까요? 어느 누구도 오랜 시간이 걸려 환승하거나 위험하게 환승하면서까지 지하철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하철이 모두에게 '당연한 편리함'으로 자리 잡는 일, 더 미루면 안 되지 않을까요.

금주의 시사 기사 세 줄 요약

1. 누군가는 2분 정도만에 환승하는 지하철역에서 누군가는 20분을 돌아가야 한다니... 불광역에서는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기 어려운 교통약자는 엘리베이터가 존재하는 출구로 나가서 돌아가야 한다고 해요.

2. 불광역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서울의 많은 지하철역이 여전히 이동이 불편하고 어렵답니다. 리프트 사용은 위험한 경우가 많고, 너무 오래 걸리기도 하고,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부족하고 좁은 곳이 많다고 해요.

3. 환승 불편이나 방법에 대해 안내해주는 문구 같은 것이 따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헤매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결국 모두가 사용하기 편한 지하철역과 환승 시스템으로 개선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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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9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10.29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 구성

89명의 유가족이 모인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가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 참사 TF는 오는 10일 오후 2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가칭)가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고 전했어요. 유가족협의회는 지난 달 15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통해 첫 모임을 가진 뒤, 지난 달 28일부터 준비 모임의 형태로 활동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지난 달 22일,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대한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어요. (▪️진정한 사과 ▪️성역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이러한 요구사항들을 기반으로, 참여연대·민주노총·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등 174개 종교·시민사회·노동 단체가 모여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를 출범하고 요구사항들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시민대책회의는 유가족협의회와 함께 참사 발생 49일째인 오는 16일 저녁 6시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족과 생존자 등을 위로하는 시민추모제도 열 예정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