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작은 잔에 진하게’라고 주문하셨는데, 평소에도 이렇게 드시나요?

드립 커피를 좋아해요. 제 취향이 바디감이 묵직하고 풍미가 진한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진하게 내려 마시는 편인데, 또 양을 많이 먹진 못 해서, ‘작은 잔에 진하게’ 먹는 걸 선호하게 됐어요. 여기 ‘YM커피프로젝트(연신내)’는 오래 다니다 보니, 제가 주문하면 작고 파란 잔에 진하게 내린 커피를 담아 주세요. 잔 예쁘죠?

☕ 여기 ‘YM커피프로젝트’와의 인연은?

선호하는 카페를 찾아다니는 편이에요. 이 곳에 처음 왔을 때 생각이 나네요. 처음에 진하게 내려 달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제 기준에선 연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에 다시 와서 전보다 더 진하게 내려 달라고 주문했는데, 여전히 저한테는 연했어요. 그렇게 또 와서 말씀 드리고 마시고 반복하다 보니 10번 정도 왔을 때 즈음 딱 제가 원하는 커피를 마시게 되었어요. 그 이후에는 사장님께서 저를 기억하고 맞춰 주시더라고요. 이런 카페가 좋은 이유 중 하나는 그렇게 취향을 기억하고 추천하고 공유한다는 점인 것 같아요.

☕ 본인만의 카페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요?

일단 동네에 카페가 생기면 한 번 가서 맛을 봐요. 그러면 ‘기다 아니다’가 나오죠. 그렇게 단골 커피집을 물색해요. 여기 ‘YM커피프로젝트’도 좋지만, 연신내에 있었던 ‘전광수 커피’도 참 좋았어요. 9년을 다녔는데, 문을 닫게 돼서 너무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프랜차이즈 카페는 커피 자체가 스피디 하게 나오는데, 드립 커피만 하는 집은 커피를 기다리는 그 시간 동안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게 돼요. 커피향과 함께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는 그 시간이 좋아요.

☕ 커피를 좋아하면서 ‘이것까지 해봤다’ 하는 게 있다면?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바리스타 과정을 공부하게 됐어요. 집에서 내려먹을 거라 자격증까지 따진 않았지만 여러 곳에서 커피를 배웠어요. 드립 커피의 매력 중 하나가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맛을 추구할 수 있다는 거예요. 많이 희석하면 숭늉처럼 구수하고 연하게 마실 수 있고, 아니면 아예 진하게 마실 수도 있어요. ‘커피가 다 거기서 거기지’ 하는 지인이랑 커피를 마실 때면, 일부러 제가 데리고 가서 돈도 제가 다 내요. 그래서 커피값이 많이 들었어요. (웃음) 그렇게 일단 한 번 권유해봐요. 입에 머금고 있을 때의 풍미가 분명히 다르거든요. 연한 것부터 진한 것까지 조금씩 같이 마시며 취향을 찾아가는 거죠.

☕ 기억나는 커피 한 잔이 있나요?

어느 날, 샤케라또를 추천 받은 적이 있어요. 에스프레소랑 얼음을 쉐이커에 넣어 흔들어 섞은 뒤 취향에 따라 시럽이나 설탕을 넣어 마시는 일종의 아이스 에스프레소 같은 방식인데, 맛있더라고요. 구산역에 쿠아레비라는 단골 카페가 있어요. 사장님께 텀블러를 가져가서 매번 그렇게 주문하니, 다른 손님들도 궁금해하셨대요. 그렇게 제 이름을 붙여 ‘해수샷’이라는 메뉴가 생겼답니다. (웃음) 한 번 가서 드셔보세요.

☕ 서울과의 인연은?

지금의 강북삼성병원 근처에서 오래 살았어요. 아버지가 공무원이라 관사 같은 곳에서 주로 살았는데, 그러다 보니 ‘서울’이 주는 느낌이 적었어요. 따닥따닥 붙어 있는 집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개방감 있는 곳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고 결혼한 다음 은평에 오게 됐죠.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굉장히 서울 도심부에 살았었구나, 나도 모르게 편리함을 누린 게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됐죠.

☕ 당신을 아프게 했던 서울은?

서울 도심부에서 살았다 보니, 성장 시기에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마주치게 됐어요. 최루 가스가 자욱했던 시절이었죠.

☕ 당신을 위로했던 서울은?

그 당시에 광화문에 되게 유명했던 분식집이 여러 곳 있었어요. 분식집인데 DJ가 있어서 음악을 틀어주고 그랬죠. 그런 음악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친구들이랑 DJ 오빠가 한 마디 안 해주나 하면서 기다린 기억이 나네요. (웃음) 아니면 고궁을 가거나 그랬던 것 같아요. 최근에 광화문과 시청 쪽을 가면 너무 높은 건물이 많이 있어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고궁을 걷고 옛 골목을 걷는 게 좋아요.

☕ 당신에게 커피란?

나에게 커피란 ‘달콤한 위로’다.

☕ 구독자에게 당신을 소개한다면?

커피와 책과 운동을 좋아하는 ‘도서관 사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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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 : 수다리, 안녕 ? 안녕하세요, 님! 저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뭉치라고 해요. 반가워요!

🦦수다리 : 안녕, 뭉치! 어떤 직관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리!

🥑뭉치 : 서울에 매주 1회, 매번 다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장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농부시장 마르쉐@’ 인데요. 생그러운 봄날,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하는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들의 이야기와 상품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직접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생그러움이 가득한 곳이에요.

🦦수다리 : 매번 다른 공간에서 열린다니 신기하다! 이번에는 어디서 열렸어 ?

🥑뭉치 : 저는 5월 14일 인사동 KOTE에서 열린 농부시장에 다녀왔어요. 이번 주제는 지구🌏로 우리가 매일 딛고, 숨쉬고, 돌보고 살아가는 이 푸른 별을 위한 시장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생태계로 인해 앞으로의 미래가 겁이 나기도 하지만, 우리가 지켜내야만 하는 지구를 위한 작은 행동들을 하는 날이었답니다.

🍃 농부시장 마르쉐@ ?

 장터, 시장’이라는 뜻의 마르쉐(marché)에 at을 의미하는 @가 더해진 이름으로, 어디든 공간만 있으면 이루어지는 시장이에요.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공간으로 ‘돈과 물건의 교환만 이루어지는 시장’ 대신 ‘사람, 관계, 대화가 있는 시장’을 지향해요. 우리가 먹고 마시고 사용하는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시장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에요.

 크게 채소시장과 농부시장으로 열려요. 채소시장은 다양한 종류의 채소를 만날 수 있는 채소 중심의 시장으로 열린다면, 농부시장은 월에 1번, 매번 다른 주제를 중심으로 생산자, 소비자, 자원활동가, 시민들이 모여 대화를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장으로 조금 더 큰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수다리 : 작은 행동들이라니! 상점 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있는거야 ?

🥑뭉치 : 여러 활동가들이 다양한 워크샵과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가정에서 간편하게 퇴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유행이 지난 소지품에 실크스크린을 통해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내는 등의 워크샵을 열기도 하고, 정오쯤에는 공연도 한답니다. 그 외에도 마르쉐에서 장 본 채소와 과일을 다듬고 가고 남은 자투리들을 두고가면 텃밭의 퇴비로 만드는 채소살롱이나, 또 종이가방 / 아이스팩 / 유리병 등의 품목 10개를 기부하면 연필로 교환해주고, 종이가방은 시장에서 다시 쓰는 다시살림부스도 있었는데요. 저도 이번에 집에 모아놓았던 종이가방들을 들고가서, 연필을 받아왔어요. 😎 실제로 제가 기부한 종이가방들이 시장 내에 쓰이는 걸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답니다. 정말 단순한 시장이 아닌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 장이라는 것이 풀풀 느껴지지 않나요 ?

🦦 수다리 : 활기차고 재밌어 보인다리… 실제로 어땠어 ?

🥑뭉치 : 햇살 좋은 날, 입구부터 맞이하는 다양한 종류의 푸르른 채소들과 모종, 그리고 그 사이에 처음보는 야생 풀꽃들.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 그대로를 만나는 기분은 굉장히 색다르더라고요. 처음 들어보는 특이한 허브들, 빨간 래디시, 고메 부추, 담배 상추, 말리지 않은 목이버섯, 갓 따온 울퉁불퉁 토마토와 향긋한 송이버섯까지.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다양한 식재료들 뿐만 아니라 직접 만든 생소한 종류의 페스토와 소스들도 즐비했어요. 하나하나 둘러보면서 끊임없이 주시는 시식과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른 채 먹고 마시며 구경했습니다. 삼삼오오 푸른 장바구니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고있자니 활기가 가득 느껴지기도 했어요. 

🥑뭉치 : 야외부터 건물 내부까지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구석구석 공간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었어요. 내부에는 빵과 두부, 요거트, 발사믹 식초와 같은 온도에 예민한 상품들이 주를 이뤘는데요. 비건빵을 비롯해서 '가지 된장'과 같은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도 편히 접할 수 있는 상품도 많았어요. 옥상에서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해뒀더라고요. (센스 짱👍🏻) 또한 환경을 생각하는 일상 용품이나, 먹고 마실 때 쓸 수 있는 다양한 수공예품들도 있어, 음식과 재료를 매치해보는 상상도 해봤답니다.

🦦수다리 :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 같아 … 뭉치 지갑 괜찮았어 ? 💸

🥑뭉치 : 안 괜찮았어요.(웃음) 하지만 정말 행복했어요. 고메부추라는 유기농 부추🥬를 만났는데, 내가 알던 부추 맛이 아닌거에요 !? 어딘가 고소하고 촉촉한 그 맛에 반해 그대로 홀라당 한 단을 사버리고, 생 송이버섯🍄을 한입 했는데, 이렇게 향긋하고 고소할 수가 ! 그대로 또 홀라당 한 다발 사버렸답니다. 그리고 평소에 만나보지 못한 오팔바질이라는 특이한 보라색 바질과 루꼴라, 그리고 스위트 바질, 모종 3종 세트🌱까지 ~! 더 사고 싶었던 마음을 누르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

 점점 따듯해지는 날씨에 푸르름이 늘어가고, 채소와 다양한 식재료들도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요. 도심 속에서 이 파릇파릇한 생기와 푸르름을 느끼러 마르쉐에 방문해보시는 것 어떠신가요 ? 상인들과 손님들이 인사를 하고, 또 서로의 것을 주고 받으며 담소를 나누고,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공유하고, 이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자 기분 좋은 산책이 될 수 있을거에요 !

다음 마르쉐는 5월 20일에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려요. 

매 번 어디서 열리고, 어떤 상점이 나오는지 농부시장 마르쉐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마르쉐 인스타그램 @marchefri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