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혁신파크, 그리고 기록

서울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실험공간으로 문을 연 서울혁신파크가 10월 31일이 되면 운영을 중단한다. '서울혁신파크'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고 나선 2013년에 세운 게획으로 서울이 가진 사회문제나 도시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실험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고, 그렇게 서울혁신파크를 상징한 단어는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전환도시’, ‘실험공간’, ‘재생’ 등이었다. 공간도 기존 건물을 완전히 허물지 않고 재생하여 이용했다. 개발과 혁신 모두를 잡기 위해 조금씩 서울혁신파크를 변화시켜갔다.

 주어도 있고, 공간도 있고, 서술어도 있던 서울혁신파크엔 가장 중요한 ‘목적어’가 없었다. 즉 무엇을 사회혁신할 것인지에 대한 규정을 하지 않고 지난 10년을 보냈다. 서울시가 목적어로 두었던 도시문제나 사회문제라는 건 범주가 너무 넓고 시대에 따라 변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규정해줄 필요가 있었지만 조례 뿐만 아니라 어디에도 이를 정확히 정하지 않았다. 무엇을 바꿔낼지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남게 된건 ‘공간’ 뿐이었다. 공원으로서의 기능만 가장 뚜렷하게 남았고 인근 주민들의 산책코스 정도의 기능이 가장 눈에 띄게 됐다. 

결정권자의 지시만 있다면 행정은 자신들만의 의사결정구조로 정책을 파기한다. 과정의 위법성이 있어도 크게 중요치는 않다. 매몰비용도 고려대상이 아니다. 백서나 아카이브,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면 진작 했을 테고 이런 경우엔 사업을 기분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 하려는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그 외의 경우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정책과 사업을 파기한다. 그 외 경우에 속하는 서울혁신파크에 대한 아쉬운 점은 흔적을 남겨야 했다는 점이다. 

2023 도시건축비엔날레는 10월 29일까지 계속됩니다. 바깥 나들이하기 좋은 가을날, 가벼운 발걸음으로 들러보시는 것 어떠신가요? 특히 송현광장을 방문하신다면 색다른 경험을 만나실 수 있을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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